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을 활용해 가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드는 기술로, 2017년경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 합성 미디어를 통칭하는데, 최근 성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딥페이크 영상의 진위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이로 인한 심리적·사회적 피해 역시 커지고 있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지난 1월 24일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대책’을 주제로 제24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 사례를 분석하고, 기술적·법적·사회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딥페이크 악용 범죄 심각성’에 대한 상시적 윤리교육 필요
손미현 서울대학교 미래혁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된 토크라운지에서,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 소장이 ‘딥페이크 양면성에 대한 이해와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소장은 “딥페이크의 어두운 면만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동시에 딥페이크 기술로 인해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설명했다.
먼저 김 소장은 딥페이크에 연관된 생성형 AI의 기술 원리를 설명하는데 딥러닝의 ‘오토인코더(Auto-Encoder)’ 개념을 사용했다. 그는 “범인의 몽타주를 그릴 때 눈, 코, 입의 특징들을 하나씩 뽑아낸다.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게 되면 범인과 근접한 모습이 출력되는데 이런 역할을 해주는 인공지능이 오토인코더”라며, “하나의 오토인코더는 하나의 인코더와 하나의 디코더로 구성되고 딥러닝 아키텍처의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인코더는 원시 데이터를 입력받아 특징을 추출하고, 디코더는 이 특징을 바탕으로 원본 데이터를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요한 개념으로는 적대적 생성크(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가 있다. 김 소장은 이를 경찰이 위조지폐를 판별하기 위해 끊임없이 검증하고, 위조범이 이를 조금씩 변형해나가는 과정에 비유했다. 이러한 GAN의 특성은 딥페이크 영상에서 인물의 피부색, 나이, 머리 길이 등을 미세하게 조정해 사실감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그는 “딥페이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 장면을 재현하거나, 촬영 중 사망한 배우를 복원해 영화를 완성하는 등 콘텐츠 제작에 있어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딥페이크가 악용될 경우 허위영상물 제작, 디지털 성범죄, 가짜 뉴스, 가짜 선거 홍보물 등 사회적 피해가 심각하다. 특히 ‘2024년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을 거론하며, “텔레그램이 1,000명 이상 모인 방의 운영자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수익화 길이 열리자 육안 분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품질화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만든 성범죄 콘텐츠를 광고 이득을 높이기 위한 미끼로 사용됐고, 이것을 새로운 왕따 놀이 수준으로 인식한 아동 청소년들에게 급속히 확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 소장이 ‘딥페이크 양면성에 대한 이해와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클릭 시 이동)
따라서 딥페이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김 소장은 사전 교육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아동 청소년의 경우 딥페이크 범죄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지 알려주고, 학원폭력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임을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피해를 당하면 누구와 의논하고 신고해야 하는지도 전혀 교육이 되어 있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여성가족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 신고하면 거기서 신고도 대신해 주고 심리상담도 해준다”며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 피해자가 됐을 때 해결 방법 등 교육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어른들에게는 AI가 여전히 미래 기술이지만, 아동 청소년에게는 현재 기술임을 기성세대들이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AI 윤리교육이 디지털 기술 교육보다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며 “미국의 얼 워런(Earl Warren) 대법관은 법이 배라면 윤리는 바다라고 했다. 이는 똑똑한 몇 사람이 법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어두운 부분을 모두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윤리가 성숙되면 법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교육과 사회적 계도, 비정규 교육과 온라인 교육, 필수적으로나 상시적인 윤리교육이 수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굴 움직임과 생체 리듬으로 딥페이크 식별 가능
두 번째로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이 ‘딥페이크의 성범죄 위협과 대응 전략 :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와 영상물을 생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오픈소스 형태로 배포되어 영상 산업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확산되는 추세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를 악용한 성범죄 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생성형 AI 프롬프트 입력창에 간단한 문장을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음란물 등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거나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오픈소스 AI 모델이 늘어나면서 딥페이크 앱 개발도 용이해졌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주로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권 원장은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로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의 약 83%가 10대 미성년자이며, 그 건수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딥페이크 범죄에 가담하고 위협에 노출되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심화되는 딥페이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윤리적‧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보안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미국에서는 구글, 애플 등 주요 AI 기업이 안전하고 투명한 기술 개발을 위해 자발적 윤리 준수를 약속했으며,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는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및 유포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은 딥페이크로 생성된 콘텐츠에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마련해 딥페이크 탐지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성적 허위영상물 소지, 구입, 저장, 시청 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딥페이크 합성물을 식별하고 표시하는 대응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얼굴 특징, 눈 깜빡임 패턴, 얼굴 움직임의 불일치 등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거나, 비디오와 부합하지 않는 오디오 및 입술 움직임, 혈류로 인한 피부색 변화 등 생물학적 신호를 감지하는 방법들이 그 예이다. 이와 함께, 딥페이크 범죄의 신속한 수사와 대응을 위해 관계 기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법제도적 접근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이 ‘딥페이크의 성범죄 위협과 대응 전략 :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클릭 시 이동)
권 원장은 국내 사례를 예로 들며,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단순한 처벌보다는 문제가 되는 동영상이 신속히 삭제되도록 하는 조치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잠입 수사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텔레그램, 국내 정책대응기관, 수사기관 간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사건 발생 시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국가의 충분한 역량과 신속한 대응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권 원장은 딥페이크 기술이 가져오는 기회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이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나, 그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의 대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딥페이크와 같은 신기술을 적용할 때는 개인 혼자만 쓰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 윤리와 기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용자 스스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개인의 윤리적 근육이 생기면 정신이 건강한 상태로 갈 수 있고, 사회 전체적 공동으로 대응하는 연대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실시간으로 딥페이크 영상 찾는 기술 개발 중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손미현 사회자가 피해자 발생 시 대응 방법에 대해 질문하자, 권 원장은 “1377이나 1366에 전화를 걸어 3번을 누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디지털 성범죄 관련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확산 금지와 추가 대응 조치를 위한 도움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으며, 챗봇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도 과거 성범죄로 인한 동영상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또 손미현 사회자가 기술적 측면에서 딥페이크 영상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를 묻자 김명주 소장은 “현재는 전체 영상을 검토하여 딥페이크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지만, 우리 AI안전연구소에서는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시간 탐지를 통해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이 발견되면 플랫폼에 바로 그것을 내리도록 선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에 인공지능기본법이 통과되면서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꼬리표를 달거나 숨어있는 워터마크를 집어넣는 등의 기술 개발들도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대담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토크콘서트 ‘과학, 시대를 잇다’가 지난 13일 개최됐다. ‘철을 통해 바라본 인류의 여정’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크콘서트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대한금속‧재료학회, 대한용‧접합학회, 대한건축학회, 대한토목학회, 한국강구조학회 등 5개 학회가 주관하며 ㈜포스코와 포항공대, 한국철강협회가 후원했다.
우주가 준 선물 ‘철’, 빅뱅부터 탄소중립까지
첫 순서로 권오준 포스코그룹 전 회장이 ‘Steel Odyssey’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권 전 회장은 철강과 인류사회 발전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며, 탈탄소화 시대에 강철의 미래 역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했다. 그는 “인간이 처음 철을 접한 것은 별똥별에서 떨어진 운석이었다. 운석에는 상당히 많은 철이 들어 있었고, 그것으로 만든 농기구가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를 계기로 인공적으로 철을 만드는 방법이 고안되면서 철의 제조 기술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이 문명적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인간 생존에도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 철은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으로,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를 몸 각 기관에 분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 생존에 필수라는 것이다. 또한 철이 빅뱅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초신성 대폭발이 일어날 때 철이 생성되어 우주에 분산되고 별의 구성 성분이 된다”고 덧붙였다.
“태양보다 무거운 별에서 연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때 궁극적으로 철이 만들어진다. 그 이유는 철의 원자핵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원자핵을 구성하고 있는 핵자 간 결합에너지를 이론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핵자 간의 결합에너지는 원자번호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증가했다.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철의 안정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말한다”며, 권 전 회장은 “핵융합으로 탄생한 철은 우주가 준 선물과 같다”고 피력했다.
인간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철의 주요 특성으로는 인장강도(引張强度), 경도(硬度), 소성가공성(塑性加工性), 인성(靭性), 용접성(熔接性), 자성(磁性), 내식성(耐蝕性), 전도성(傳導性), 광택(光澤)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우수한 성질로 강도, 소성가공성, 용접성, 자성 등을 꼽으며, “강도와 소성가공성, 용접성, 자성 등”이라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금속 가운데 철강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철이 강도 측면에서 매우 유용해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 전 회장은 “재료를 영구적으로 변형시키는 공정이 소성가공인데, 철은 특유의 뛰어난 소성가공성 덕분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상과 목적으로 인간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금속재료 접촉면에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자 간 인력이 작용하는 범위까지 가깝게 접근시키는 용접 공정에서도 철은 뛰어난 용접성을 지녔다”며, “이런 우수한 성질 때문에 철이 다양한 용도에서 문명의 이기로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권오준 포스코그룹 전 회장 ‘Steel Odyssey’ 특별강연 (사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클릭 시 이동)
권 전 회장은 철이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쓰이면서 부(富)의 편차를 초래하고, 유교·자본주의·사회주의 등 사상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철은 가격이 저렴한 석탄을 주원료로 정련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는 점에서 “철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구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소 환원과 전기로 정련 등 혁신기술 적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를 소개했다. 하이렉스는 기존 고로(용광로) 대신 수소로 철을 제련하는 방식으로,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 전 회장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위해서는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원자력발전(원전)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탄소중립 시대를 위해서는 원전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철강 산업은 지금이 한계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스타트 포인트다. 이를 위해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제2의 변환기를 맞아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철 5천년, 새롭게 펼쳐질 철강 산업의 비전
특별강연 후에는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과 권오준 전 회장이 강철의 미래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 앞서, 최주 포스텍 융합대학원 교수는 탄소 감축을 위한 철강업계의 대응책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철강 회사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업계가 배출 저감을 위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수소를 사용하면 탄소 없이 철강을 생산할 수 있지만, 그린 수소 같은 청정 수소를 제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철강 회사들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이라면 용광로 대신 전기로를 가동해도 충분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비싸 더 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기로에서 철을 용해하고 수소 환원 공정을 거치면 철분 이외의 불순물이 많이 포함되어 전력 소모가 많아진다”며, “철강 회사들이 저품위 광석으로도 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찾아야 한다. 앞서 권 전 회장이 언급한 ‘하이렉스(HyREX)’가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최 교수는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철강 산업이 극복해야 할 난관들이 있지만, 기술 개발로 얼마든지 다시 비약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철강 산업을 기피하는 풍조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최근 청년층이 다시 철강 산업 쪽으로 모이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제철소가 철강업에 유리하다고 했지만, 요즘 같은 탄소 중립 시대에는 소규모로 해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된다는 생각들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 기술과 정부의 지원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시대를 잇다’ 토크콘서트 전경 사진
민동준 연세대 명예교수는 “신이 내린 소재로 꼽히는 철과 인류가 함께해온 세월은 5천 년 정도 된다. 철 특유의 고온 수축 현상은 오직 철에만 있는 고유한 특징이고, 이를 통해 철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500종의 강종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고온 수축 현상이라는 이론적 근거가 철강의 특성을 크게 확장시켰기 때문”이라며 “이 중 약 70%는 30년 전에 없던 강종이며, 매년 약 70종의 새로운 강종이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신기술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꿈과 스토리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철강은 지금이 한계가 아니라 다음으로 이어지는 스타트 포인트이기 때문”이라며, “철강업계의 꿈을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여 2030년 이후 3세대 소재 산업으로 부활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끊임없는 공급적 위험, 갈수록 강화될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 노동력 부족과 내수 감소를 불러올 인력 감소 등을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AI 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2년 ChatGPT의 등장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모델의 발전은 최근 ‘딥시크’ 공개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며, 국가 간 AI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한국과총은 2월 28일 ‘딥시크 쇼크,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우리나라 AI 생태계 대응전략과 AI 기술 격차 해소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AI가 AI를 혁신하는 시대, 한국형 AI 모델 필요
첫 순서로 서용석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소장이 ‘AI 혁신의 파도, 한국의 현실적 해법은?’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금이 AI가 AI를 혁신하는 기술 복제의 시대”라며 “이처럼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혁신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초연결 시대의 도래로 지식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한곳에서 시작된 혁신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국형 AI 모델이 반드시 필요한가? 이에 대해 서 소장은 “냉철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방대한 인구와 데이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막대한 자본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제한된 데이터, 거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단순한 모방이나 추격 전략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 소장은 “한국이 AI 기술 자체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의 강점과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AI 기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용석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소장이 ‘AI 혁신의 파도, 한국의 현실적 해법은?’을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AI 강국의 조건, 기초과학 연구가 답이다
두 번째로 황형주 포항공대 SRC 수리기계학습연구센터 센터장이 ‘기초과학,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초과학이 강한 나라가 AI를 주도한다”며, 중국의 딥시크 사례를 통해 기초과학이 AI 기술 혁신의 핵심 동력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과학기술 기초연구 투자에 대한 연평균 증가율이 13.4%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적극적인 기초과학 연구 투자 덕분에 과학 이론이 실제 기술로 적용될 수 있었고, 결국 딥시크라는 혁신적인 AI 기술이 탄생했다. 황 센터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기초과학 연구 없이는 AI 기술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AI와 기초과학의 실용적 응용 사례로 신약 개발과 구글의 반도체 설계를 소개했다. 황 센터장은 “AI 기반 시뮬레이션이 약물 설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AI가 실험실 실험을 대체하며 신약 개발 과정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글은 수학적 조합 최적화와 강화학습을 활용하여 칩 설계를 자동화했다. 이러한 기술이 반도체 설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개발 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을 통해 칩 생산 단가를 낮춤으로써 AI의 응용성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AI 혁신을 주도할 창의적인 초일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수리과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고, AI 핵심 기초 교육을 강화하며, 과학기술 융합형 고급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혁신의 핵심은 고도의 창의적 사고력”이라며, “생각의 체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 양성과 혁신 연구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황형주 포항공대 SRC 수리기계학습연구센터 센터장이 ‘기초과학,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R&D 투자 절실, ‘AI 반도체’로 산업 주도권 되찾아야
세 번째로 정윤석 리벨리온 CSO가 ‘AI 산업 성장과 방어를 위한 핵심전략자산, AI반도체’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 반도체에 대해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반도체다. 수요 확대에 따라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며 AI 산업 내 AI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 CSO는 “국내외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특화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AI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이 후발주자로 진입했음에도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현재 미중 중심의 AI 패권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골든타임 속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정 CSO는 “한국 반도체 기술 수준이 불과 2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반도체 R&D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기업 매출 대비 반도체 R&D 투자 비율이 미국은 19.5%였던 반면, 한국은 9.5%에 그쳤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윤석 리벨리온 CSO가 ‘AI 산업 성장과 방어를 위한 핵심전략자산, AI반도체’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AI,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
넷째로, 신현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이 ‘AI,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성공률이 낮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러한 생산성 저하의 원인으로 △복잡한 연구 과정 △높은 실패율 △규제 및 승인 지연 △자원 부족 등을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약개발에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 확대가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I는 정말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신 소장은 “그렇다고 믿는다”며 그 근거로 “2023년 기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신약개발 임상시험 단계별 성공확률을 보면 AI를 이용했을 때 확실히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정확하고,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데이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약물 데이터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 소장은 “고비용의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적 지원과 합리적 배분이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고품질 데이터의 생성과 활용, 다학제적 인재 양성, 산업계 수요 맞춤형 인력 개발, 연구 중심 기관의 인재 육성,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확실한 인재 수급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마련한다면, AI 신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현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이 ‘AI,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