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AI 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2년 ChatGPT의 등장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모델의 발전은 최근 ‘딥시크’ 공개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며, 국가 간 AI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한국과총은 2월 28일 ‘딥시크 쇼크,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우리나라 AI 생태계 대응전략과 AI 기술 격차 해소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AI가 AI를 혁신하는 시대한국형 AI 모델 필요

첫 순서로 서용석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소장이 ‘AI 혁신의 파도, 한국의 현실적 해법은?’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금이 AI가 AI를 혁신하는 기술 복제의 시대”라며 “이처럼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혁신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초연결 시대의 도래로 지식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한곳에서 시작된 혁신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국형 AI 모델이 반드시 필요한가? 이에 대해 서 소장은 “냉철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방대한 인구와 데이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막대한 자본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제한된 데이터, 거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단순한 모방이나 추격 전략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 소장은 “한국이 AI 기술 자체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의 강점과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AI 기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용석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소장이 ‘AI 혁신의 파도, 한국의 현실적 해법은?’을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AI 강국의 조건기초과학 연구가 답이다

두 번째로 황형주 포항공대 SRC 수리기계학습연구센터 센터장이 ‘기초과학,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초과학이 강한 나라가 AI를 주도한다”며, 중국의 딥시크 사례를 통해 기초과학이 AI 기술 혁신의 핵심 동력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과학기술 기초연구 투자에 대한 연평균 증가율이 13.4%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적극적인 기초과학 연구 투자 덕분에 과학 이론이 실제 기술로 적용될 수 있었고, 결국 딥시크라는 혁신적인 AI 기술이 탄생했다. 황 센터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기초과학 연구 없이는 AI 기술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AI와 기초과학의 실용적 응용 사례로 신약 개발과 구글의 반도체 설계를 소개했다. 황 센터장은 “AI 기반 시뮬레이션이 약물 설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AI가 실험실 실험을 대체하며 신약 개발 과정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글은 수학적 조합 최적화와 강화학습을 활용하여 칩 설계를 자동화했다. 이러한 기술이 반도체 설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개발 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을 통해 칩 생산 단가를 낮춤으로써 AI의 응용성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AI 혁신을 주도할 창의적인 초일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수리과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고, AI 핵심 기초 교육을 강화하며, 과학기술 융합형 고급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혁신의 핵심은 고도의 창의적 사고력”이라며, “생각의 체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 양성과 혁신 연구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황형주 포항공대 SRC 수리기계학습연구센터 센터장이 ‘기초과학,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R&D 투자 절실, ‘AI 반도체로 산업 주도권 되찾아야

세 번째로 정윤석 리벨리온 CSO가 ‘AI 산업 성장과 방어를 위한 핵심전략자산, AI반도체’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 반도체에 대해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반도체다. 수요 확대에 따라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며 AI 산업 내 AI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 CSO는 “국내외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특화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AI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이 후발주자로 진입했음에도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현재 미중 중심의 AI 패권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골든타임 속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정 CSO는 “한국 반도체 기술 수준이 불과 2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반도체 R&D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기업 매출 대비 반도체 R&D 투자 비율이 미국은 19.5%였던 반면, 한국은 9.5%에 그쳤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윤석 리벨리온 CSO가 ‘AI 산업 성장과 방어를 위한 핵심전략자산, AI반도체’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AI,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

넷째로, 신현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이 ‘AI,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성공률이 낮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러한 생산성 저하의 원인으로 △복잡한 연구 과정 △높은 실패율 △규제 및 승인 지연 △자원 부족 등을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약개발에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 확대가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I는 정말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신 소장은 “그렇다고 믿는다”며 그 근거로 “2023년 기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신약개발 임상시험 단계별 성공확률을 보면 AI를 이용했을 때 확실히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정확하고,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데이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약물 데이터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 소장은 “고비용의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적 지원과 합리적 배분이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고품질 데이터의 생성과 활용, 다학제적 인재 양성, 산업계 수요 맞춤형 인력 개발, 연구 중심 기관의 인재 육성,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확실한 인재 수급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마련한다면, AI 신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현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이 ‘AI,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